내 인생의 한마디

제주 최초 모자(母子) 아너
(주)오현개발 김순희 대표이사· 송현율 총괄본부장

“나눔은 늪에 빠진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

(주)오현개발 김순희 대표이사와 송현율 총괄본부장을 만나러 제주도에 내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모자(母子)의 따뜻하고 밝은 나눔 이야기를 예상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친 후 가슴에는 묵직한 감동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걱정이 됐다. 이들이 지나온 나눔의 역사는 너무나 깊고, 그것을 모두 담기에 지면은 턱없이 부족하기에.

이선희 사진 이승재

장학금 50만 원의 의미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송현율 총괄본부장이 고등학생 때였다. 학교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버스비가 밀렸다며 어느 선생님이 그를 불러 세웠다. 당시 김순희 대표가 큰 빚을 지고 있던 터라 밀려드는 빚 독촉 전화에 유선 전화기 코드를 뽑아놓았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
“하루는 교내 방송에서 제 이름을 부르며 교장실로 오라는 거예요. 어리둥절한 채 갔더니 장학금을 주시더라고요. 곧장 선생님께 가서 저는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뭔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교내 농구부 응원단장도 맡고 있고, 방송반 활동도 열심히 하니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밀린 버스비 때문에 혼나는 그를 보고, 선생님이 장학생으로 추천한 것. 송 본부장이 장학금 50만 원을 받아 왔을 때 김 대표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한 가지를 다짐했다. 엄마가 꼭 두 배로 갚겠노라고 말이다. 그리고 4년 뒤, 김 대표는 여전히 빚에 허덕이면서도 일당 3만 5,000원을 차곡차곡 모아 제주도교육청에 100만 원을 기부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더 큰 빚이 있었지만, 받은 장학금을 갚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김 대표는 아들에게 지나가듯 말했다.
“그때 받은 50만 원, 엄마가 곱절로 갚았어.”

암 보험금을 기부한 까닭

김 대표는 빚을 청산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할 정도로 이를 악물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현장에서 일을 배운 송 본부장이 군대 제대 후 본격적으로 김 대표와 함께 사업에 매진하며 오늘날 아웃소싱 전문 회사 (주)오현개발로 키워냈다. 회사가 자리 잡기까지 인건비를 아끼려고 둘이서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등 그간의 고생담을 이야기하자면 하룻밤을 새워도 부족할 정도다. 이제 한시름 덜었다 싶을 때 김 대표의 건강에 이상이 감지됐다.
“2016년에 암을 진단받으면서 보험금 2,000만 원을 받았어요. 그때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 이 보험금이 없어도 치료비를 낼 수 있는 돈이 있고, 이만큼 성공하기까지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2,000만 원을 가지고 바로 제주 사랑의열매에 갔어요. 기부하려고요.”
그렇게 김순희 대표는 제주 아너 소사이어티 86호 회원이 되었다. 보험금 기부에 대해서 아들 송 본부장은 일절 말을 보태지 않았다.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 김 대표가 아너 회원이 된 지 1년 후 아들인 그도 아너 회원에 이름을 올리며 제주 최초 모자 아너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어머니가 먼저 가입하신 영향도 있고, 힘든 시기가 지났으니 이제 나도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주 사랑의열매에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성금을 전달한 (주)오현개발

힘든 시기를 넘기고 나니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 (주)오현개발 송현율 총괄본부장

아너가 된 두 사람의 나눔 행보는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송현율 본부장의 모교, 그의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성금을 기부하고, 희망2023나눔캠페인 제주 1호 법인 기부자로 참여하며 (주)오현개발은 제주 나눔명문기업 6호로 가입했다. 또 김순희 대표는 W아너 대외협력부장으로 활동하며 여성 아너의 활동 반경을 넓히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

송현율 본부장은 자신을 장학생으로 추천해준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도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회사 근처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만났다.
“이런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고 인사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알고 있다며 신문에서 기부 관련 기사를 보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는데 ‘내 제자가 이렇게 훌륭하게 커서 좋은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극구 사양하셨죠.”
예민한 사춘기 시절, 충분히 엇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이 건넨 따뜻한 격려는 송 본부장은 물론 어머니 김 대표에게까지 큰 위로이자 응원이 되었다. 두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이유는 아마도 좋은 어른이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늪에 빠졌을 때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면 더 깊이 빠지잖아요. 그럴 때 누군가 나뭇가지나 밧줄을 던져준다면 그걸 잡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해요. 나눈다는 건 늪에 빠진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는 일이 아닐까요. 더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며,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받은 도움을 감사히 여기고, 타인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김순희 대표와 송현율 총괄본부장.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어른으로 기억될 것이라 확신한다.

제주 최초 모자(母子) 아너인 (주)오현개발 송현율 총괄본부장과 김순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