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채우는 세상

지역사회 치매 안전망 구축을 통한 일상생활형 인지 지원 서비스 ‘전참시(市) 기억구(區) 기억키움마을’ “내 기억을 지키는 건 이제 바로 나예요!”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그러나 걱정마저도 드러내길 꺼리는 게 현실이다. 일상 속에서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은 없을까.

강은진 사진 김기남

향초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는 어르신들
치매 위험군은 증가하는데

지난 9월, 한국민속촌으로 나들이를 나온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을 만났다. 해설자를 따라 삼삼오오 민속촌을 둘러보는 어르신들의 얼굴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여기저기서 얼마 만의 외출이냐며 감탄하거나, 몇십 년 만에 와봤더니 여기가 이렇게 저렇게 바뀌었다며 추억에 잠기거나, 소풍 나온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에 덩달아 신나 했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의 치매 예방 관리 능력 강화와 지역사회 치매 통합 안전망 구축을 통한 일상생활형 인지 지원 서비스 신모델 ‘전참시(市) 기억구(區) 기억키움마을’(이하 기억키움마을) 정서 활동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함께하는 세상 나들이’ 현장이다. 사랑의열매와 삼성전자가 함께하는 나눔과꿈 사업에 선정되어 올해로 시행 3년 차를 맞는 ‘기억키움마을’은 마을 공동체 안에서 어르신들이 효과적으로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2018년 기준, 분당구는 성남시 전체 총노인 인구 비율 대비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노인 인구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성남시 전체 노인 인구 중 치매 노인 수는 1만1,500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도 분당구 보건소에 치매 등록 관리 현황(2018년 7월 기준)을 살펴보면 조기 검진으로 치매를 진단받거나, 치매 환자로 치료비를 지원받은 노인은 고작 1,732명에 불과했다. 이는 치매 발병 인자를 갖고 있는 노인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방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 치매 교육 및 자가 진단, 조기 발견 등 치매 예방 관리 체계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접근성과 이미지 제고가 핵심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의 <전참시() 기억구() 기억키움마을> 사업명을 보자.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시와 구를 차용했는데, 그만큼 어르신을 위한 치매 예방 교육과 관리 체계는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유효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사업명은 물론 프로그램 이름도 최대한 치매라는 단어를 피했다. 치매국가안심제 등 치매는 과거에 비해 수면 위로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완전한 양지화까지는 아직 먼 길이다. 편견이 여전하기 때문. 치매를 의심해도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설마’ 하는 생각에 진단받길 꺼린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치매라는 단어를 사용한 예방 교육조차 꺼리는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분당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18년 어르신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용자 만족도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단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길 희망하는 내용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88명이 답한 치매가 1위였다. 거기에 어르신들은 고령 등 다양한 이유로 동행자의 도움 없이 장거리 외출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집을 중심으로 혼자서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은 2017년부터 ‘뇌美인’이라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면서 축적된 노하우로 어르신들의 현실 욕구가 반영된 기억키움마을이라는 치매 예방 관리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1 민속촌 프로그램을 체험 중인 어르신들
2 관람과 체험, 여가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한 기억키움마을 프로그램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어 너무 답답했는데, 이렇게 밖에 나오니 기분이 아주 좋아요 .
얼마 만의 소풍인지 모르겠어요. 복지관 친구들끼리는 복지관이 아니라 행복관이라고 불러요!
<기억키움마을> 사업 나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양영숙 어르신

치매 예방 대표 프로그램으로 우뚝

기억키움마을 사업은 크게 돌봄, 복지, 보건, 건강 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론·두뇌·영양·신체·사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자기 건강관리능력 강화 프로그램 ‘복지관형 기억키움교실’, 1~2년 차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 리더 양성 교육 ‘전지적 참견’, 치매 예방 관련 홍보 및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통해 건강망을 향상시키는 ‘누구나 쉽게 치매 알기’,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치매 인식 개선에 기여하는 ‘기억키움 한마당’, 치매 돌봄 안전망 형성을 위한 ‘기억키움 마을공동체’ 등이 있다. 기억키움마을 사업의 대상자는 65세 이상의 만성질환(고혈압, 당뇨)을 한 가지 이상 앓고 있고 경도인지장애 및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인 관내·외 어르신이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치매 예방 교육 및 안전망 구축의 선도 기관으로 우뚝 섰다. 그뿐만 아니라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서도 교육과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노하우를 축적해 타 기관으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은 마을 공동체 안에서 노인 복지관의 역할을 한 단계 넓히며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냈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 <기억키움마을> 나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
SPECIAL INTERVIEW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최은정 팀장

“나눔과꿈 지원으로 어르신들 디지털 이용 능력 크게 향상돼”

소풍 나온 어르신들의 표정이 좋다. 오늘과 같은 활동은 어떤 효과가 있나?
정서 활동 중 하나로 일종의 일상 탈출이다. 이런 야외 활동은 어르신들에게 활기를 되찾아주고, 단체로 움직이면서 소속감을 가지고 행복을 느끼게 한다. 어르신들의 하루 일과는 생각보다 굉장히 단조롭다. 또 여러 이유로 그 패턴을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아 이런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

기억키움마을 사업으로 가장 달라진 점이 궁금하다.
어르신들이 치매 예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점이다. 이전에는 매스컴이나 주변 친구 등을 통해 습득한 막연한 정보라 스스로에게 적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능력을 갖추고 또래 집단이 형성되었다.

프로그램 구성이 아주 다양한데, 실제 어르신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AI돌봄로봇 효돌, 효순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립된 홀몸 어르신들에게 복약, 식사, 체조 알람 등 건강생활 관리는 물론, 치매·우울증 예방 등 정서 안정 관리 등에 특히 큰 도움이 됐다. 또 성남시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사업 3년 차,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
기억키움이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우리 복지관에 브랜드처럼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제법 나서 일반 어르신뿐 아니라 타 기관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 서울이나 인천 등 인근 지역이 아닌 전라도 광주에서까지 벤치마킹하러 오셨을 땐 담당자로서 정말 뿌듯했다.

나눔과꿈 지원으로 어떤 점이 가장 도움이 됐나?
사회적 변화를 사업 진행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나눔과꿈 지원으로 교육을 위한 태블릿 PC와 AI돌봄로봇 공급, 온라인 콘텐츠 지원 등 스마트 기기를 적극 사용해 디지털 문화에 대한 어르신들의 이용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다른 기관보다 2~3년은 빨랐다. 이제는 축적된 노하우를 타 기관과 공유하며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