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마디

사회적 약자 위한 장례 지원 나선
목련 메모리얼파크 이영두 이사장
“나의 시작이 많은 이를 움직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지켜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들을 돕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었고, 비로소 아너 소사이어티를 통해 첫발을 내디뎠다. 자신이 시작이 되길 바라는 목련 메모리얼파크 이영두 이사장의 이야기다.

강은진 사진 이승재

모금 경험이 더 많은 이사장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실습할 때 모금 활동도 많이 해봤어요. 당시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만… 참, 적은 액수라도 선뜻 안 주시더라고요.(웃음) 그때 모금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고, 나는 나중에 돈 벌면 기부해서 좋은 사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지요.”
기부의 계기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영두 이사장은 모금 활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게다가 대학 시절 자신의 꿈처럼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기부자가, 그것도 고액 기부자가 되었으니 그가 들려줄 나눔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이영두 이사장은 무연고자의 사회적 장례 지원에 지정기부를 요청한 터였다.
“업무차 장례산업박람회에 참석했다 우연히 무연고자들의 장례 지원을 돕고 있는 복지 단체를 알게 됐어요. 내용을 살펴보니 정말 감동적이어서…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 이후 따로 알아보기도 하고, 회사 차원에서 타진도 해보다 이렇게 사랑의열매를 통해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걱정하는 누군가가 이 인터뷰를 보고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기부를 고민하는 누군가는 이 인터뷰를 보고 함께 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길 바랄 뿐입니다.

한국 장례 문화의 선구자

이영두 이사장은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공원 묘원, 재단법인 목련 메모리얼파크를 30여 년간 이끌어왔다. 특히 평장묘의 3분의 1을 과감히 정원으로 꾸미는 등 정원화에 힘써 목련 메모리얼파크를 북부 지방 최대의 아름다운 추모 공원으로 일구어냈다. 사업성만 따졌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죽음이라는 공간에 디자인과 예술을 접목해 추모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처럼 우리나라 장례 문화에 기여한 공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2019)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도 세계적 건축가에게 의뢰해 공원 내 새로운 힐링 공간을 계획 중이다.
“묘원은 죽은 이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이들의 공간이기도 해요. 제가 아름답게 공간을 가꾸는 이유지요. 장례 지원도 마찬가지예요. 사회가 죽은 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살아 있는 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번 기부는 어쩌면 우리 묘원을 가꾸듯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제 마음인 것 같아요.”

추모 공간에 디자인과 예술을 접목해 한국 장례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목련 메모리얼파크 전경.
지속되는 기부, 다시 꾸는 꿈

이영두 이사장은 대학 시절처럼 또다시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기부 계획에 대해서 말이다. 이쯤 되니, 자리를 함께한 이영두 이사장의 부인 목련 메모리얼파크 이제순 부사장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이영두 이사장은 아내를 보며 “천성이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기부를 결정할 때도 첫마디가 “더 해야 하는 것 아니냐”였다며 조용히 웃는다.
“친정어머니는 꼭 김치도 바깥에다 묻어놓으셨어요. 필요한 이웃들이 편하게 퍼 가지고 가라고요. 그래서인지 저 또한 작은 거 하나라도 나누면서 살고자 노력했고요. 남편의 계획처럼 요즘 저희 부부는 더 많은 나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부드러운 말씨가 인상적인 이제순 부사장은 이영두 이사장을 능가할 만큼 마음이 넉넉하다. 그 누구라도 마지막 순간만큼은 존중받아야 할 존엄한 권리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부부의 모든 말이 큰 울림을 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려운 처지에 놓여 마지막 순간이 걱정되는 누군가가 이런 인터뷰를 보게 된다면 조금은 안심하지 않을까…. 그거면 충분하다 싶더라고요.”
이영두 이사장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가 꿈꾸는 미래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