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음악회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
사랑의열매 30주년 감사음악회
30년 동안 이어진
사랑의 어깨동무

매주 목요일, 라디오는 사연을 소개하고 청취자는 마음을 보탠다. 그 일이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코너 이름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3,000여 명의 지속 기부자 중에는 10년 이상 꾸준히 나눔을 이어온 이가 많고, 20년 넘게 함께한 장기 기부자도 있다. 여기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마음들이 더해졌다. 그렇게 모인 마음이 어느덧 330억 원. 지난 9월 1일, 30년 동안 이어진 사랑의 손길에 감사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와 사랑의열매가 함께 펼친 30주년 감사음악회 ‘우리가 사랑한 이야기’다.

글 강보라     사진 이승재

함께 웃고 노래하며 마음을 나눈 30주년 감사음악회 ‘우리가 사랑한 이야기’의 기념사진
함께 걸어온 30년, 음악으로 전한 ‘고맙습니다’
‘따라따라와’를 열창하는 김희재. 그의 팬클럽 ‘희랑별’은
6년째 나눔을 이어가는 착한팬클럽 1호다.
전원 중증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MBC 모두스 오케스트라와
백윤학 지휘자가 음악회의 첫 무대를 장식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는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에 놓인 이웃의 사연을 소개하고, 청취자의 성금으로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해온 코너다. 그동안 1,400여 명 이웃의 사연이 전파를 탔으며, 현재도 해마다 52명 안팎의 의료 취약 계층에 약 11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최대 3,000만 원이다. 사랑의열매 윤여준 회장은 “30년간 모인 330억 원의 성금은 라디오를 통해 나눔에 동참해주신 전국 청취자분들의 진심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는 바로 그 결실을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연을 세상에 내어준 이웃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온 방송 제작진과 진행자, 라디오 너머에서 응답해온 청취자와 기부자까지. 30주년은 어느 한쪽의 기록이 아니라 이들이 함께 만든 시간이었다.
진행을 맡은 DJ 정선희, 문천식의 인사와 함께 시작된 음악회의 첫 무대는 MBC 모두스 오케스트라가 열었다. 전원 중증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모두스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의 선율로 객석을 채웠고, 가수 김광진과 함께 한 협연은 또 다른 울림을 전했다. 이어 트로트 가수 김희재와 정은지, 정승환, 스테이씨(STAYC)도 무대에 올라 노래로 감사의 마음을 보탰다.
오랫동안 라디오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아온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한자리에 모였다.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시간을 함께 만들어온 서로에게 “고맙습니다”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한 번의 마음이 10년, 20년이 되기까지
30년을 채운 것은 수많은 사람의 ‘조금씩, 오래’였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오랜 시간 기부를 이어온 이가 많다는 점이다. 10년을 넘어 20년 이상 꾸준히 기부한 청취자들도 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낯선 누군가의 사연을 ‘남의 이야기’로 흘려보내지 않았던 마음. 매주, 매달 조금씩 내민 그 손들이 겹치며 오늘의 30년을 만들었다.
특수학교 교사인 류향희 기부자의 나눔 인연은 퇴근길 라디오에서 시작됐다. 부천에서 안산까지 1시간가량 출퇴근하며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즐겨 듣던 어느 날, 한 사연이 마음에 남았다.
“사연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하게 됐습니다.” 한 번의 마음은 16년의 습관이 됐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나누고 싶었다는 류향희 기부자. 그렇게 조금씩 보탠 마음이 어느새 긴 시간 이어졌다.
김효일 기부자의 시작도 평범했다. 운전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목요일마다 방송을 들으며 ‘나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일상에 밀려 잊기 일쑤였다. 마음만 먹고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선택한 것이 자동이체였다. ‘바빠서 잊더라도 마음은 전달하자.’ 그렇게 시작한 기부가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동 DJ 문천식과 정선희는 이웃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하며 나눔의 온기를 더했다.
작은 손길이 모이면 내일의 이야기가 된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은 크기를 따지지 않았다. 500원, 1,000원, 1만 원…. 수백수천 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내민 작은 손길이 모여 큰 힘이 됐다. DJ 정선희는 “얼마 되지 않아 미안하다”는 기부자들의 말을 떠올리며 중요한 것은 액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이라고 말했다. 게시판에 남긴 짧은 응원 한마디도 누군가에게는 외로운 길에서 손을 잡아주는 일이 된다. 이들이 사연을 전할 때 경계하는 것은 ‘동정’이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누군가의 삶이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다.
“전체를 바꾸거나 100% 회복시켜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옆에 있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말해주는 거죠.” - DJ 문천식(착한가정 3,000호 회원)
그래서 DJ 정선희는 때때로 “도와주세요” 대신 “이분들의 이후 삶에 투자해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지금의 어려움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가능성과 앞으로의 삶을 믿고 손을 내미는 것,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가 30년 동안 지켜온 나눔의 방식이다. 그렇게 건넨 작은 마음은 누군가에게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됐다. 음악회는 끝났지만 30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목요일이면 라디오가 다시 켜지고, 이웃의 사연에 또 누군가가 마음을 보탤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이야기’는 그렇게 다음 이야기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
Mini Interview
사랑의 손길을 전하는 3인 3색 나눔
DJ 정선희
DJ 정선희
“비웠는데, 오히려 채워졌어요”
나누면 내 것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나눔을 통해 제 삶이 채워지는 경험을 많이 했죠. 인간은 비워냄으로써 채워지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DJ 문천식
DJ 문천식
“잘 지냈어? 우리 같이 가자”
500원, 1,000원, 1만 원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며 내미는 손이잖아요. 거창하게 부축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 제게 나눔은 그런 어깨동무예요.
리포터 신수임
리포터 신수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저도 함께 자랐죠”
코너를 하며 사람을 더 관심 있게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어요. 돌아보니 그 시간이 저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어 있더군요.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를 통해 18년 동안 매주 전국을 돌며 이웃의 목소리를 전한 신수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