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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갈비의 맛, 그 확신 하나로
광화문양갈비

중동 건설 현장을 다녀온 건설사 직원이나 그 맛을 알고 찾던 시절부터 양고기를 선보인, 진짜 원조집! ‘광화문양갈비’ 이야기.

강은진 사진 서범세

광화문양갈비 내부 전경, 광화문 근처 직장인의 회식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양고기에 대한 확신

양꼬치부터 양갈비까지 이제 양고기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음식이다. “양꼬치엔 칭다오”란 유행어가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양고기는 꽤 낯선 음식이었다. 파는 식당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양고기를 누가 먹느냐고 단언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부모님을 비롯해 저희 집안 어른들이 외식업에 많이 종사하세요. 저도 외식업을 한다고 하니, 조언해주신다고 찾아오셔서 맛은 있는데 이 낯선 걸 누가 사 먹겠느냐며 걱정하셨죠. 진짜.(웃음)” ‘광화문양갈비’ 김철환 대표는 오픈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 근처에 자리 잡은 광화문양갈비는 양고기를 아는 사람들에겐 원조집 못지않은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양고기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십수 년째 자리를 지키며 질 좋은 양갈비를 선보여왔다. 중동 건설 현장을 다녀온 건설사 직원들이나 그 맛을 알고 알음알음 찾아오던 시절이었다. “양꼬치란 말조차 없던 시기였어요. 우연한 기회에 양고기를 맛보았는데, 첫 느낌이 강렬했어요. 그 순간 이건 내가 해야겠다는 강한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양고기로 지금까지 왔네요. 한때는 저희 집이 우리나라 건설사 회식 일번지였어요.”

양고기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철학을 지키는 광화문양갈비 김철환 대표
광화문양갈비의 양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엄격한 고기 기준, 입소문 자자

광화문양갈비는 상호처럼 양갈비 전문점이다. 지금은 알등심, 양전골 같은 양고기 메뉴가 추가되었지만, 초창기에는 메뉴가 양갈비 하나였다. 외식업은 유행을 많이 타는 업종 중 하나지만, 김철환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전문성이다. 그런 그의 철학이 양고기라는 외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들었다. “잘하는 걸 정말 잘해서 손님께 드리자, 그리고 좋은 걸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드리자 하는 마음으로 운영해요. 그러기 위해서 양고기라는 한길을 팠죠.” 광화문양갈비는 생후 6개월 전후의 뉴질랜산 양고기만 취급한다. 호주산이나 미국산 등 여러 업체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고기 납품을 제안했지만, 김철환 대표의 기준을 충족하는 건 오직 뉴질랜드산 양고기뿐이다. 조금 더 비싼 건 문제 되지 않는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급 채널을 바꾼 적이 없다. “양고기를 처음 맛보시는 분들은 냄새가 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분홍빛이 살짝 돌 정도로 익혀 소금만 찍어서 맛보라고 권해요. 그만큼 제 양고기에 자신이 있거든요. 음식은 절대 계산기 두드려가며 선택하면 안 돼요.” 김철환 대표의 음식 철학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 광화문양갈비의 명성을 만든 비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숙성이다. 뉴질랜드에서 공급받은 양고기는 2~3일간 숙성을 거치는데, 여기에 부드러운 육질의 비밀이 숨어 있다. 물론 공개는 여기까지다.

오랫동안 착한가게 정기 기부를 이어온 김철환 대표는 나눔이 이벤트가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나눔도 양갈비만큼이나 꾸준하게

광화문양갈비의 양고기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담백한 양안심으로 시작해 고소한 양갈비를 맛본 후, 양전골 육수로 끓인 후식 라면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오로지 양갈비만 고집하거나 시원한 양전골 국물을 유난히 즐기는 단골도 있다. 초창기 건설사 단골들의 영향일까? 광화문양갈비는 ‘올리브 맛집’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상차림을 보면 다른 업체와 달리 잘 구운 토르티야와 올리브가 포함된다. 머스터드 소스나 쿠민 향신료에 찍어 먹는 것도 좋지만, 토르티야에 양고기와 올리브 및 양파를 넣어 싸 먹으면 별미다. 실제 중동의 식당에 온 듯 이국적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철환 대표는 앞으로도 양고기라는 한길을 걸어갈 생각이다. 목표가 있다면 광화문양갈비 2호점, 3호점을 내면서 말이다.
“착한가게에 가입은 했지만, 큰돈을 기부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려니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대단한 이벤트보다 이렇게 매일, 매달 조금씩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요. 오래오래 꾸준히요.”
김철환 대표는 언제 착한가게에 가입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오래된 것이다. 양갈비로 한길을 걸어온 것처럼 말이다. 김철환 대표를 보면 음식도 나눔도 변함없을 거라는 믿음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