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사랑의열매 첫 웹 영화
<기적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주연배우 백성현
“받은 사랑에 답할 수 있어
제가 더 고마웠습니다”

기부자의 삶을 연기한 배우의 진심이 100만 관객의 마음에 가닿았다. 사랑의열매 첫 웹 영화에 재능 기부로 출연한 백성현.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된 그가 연기와 나눔으로 이어갈 다음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 강은진     사진 이승재

드디어 사랑의열매!
수많은 ‘드라마 폐인’을 낳은 〈다모〉의 어린 황보윤부터 〈천국의 계단〉의 소년 차송주, 〈해신〉의 어린 장보고, KBS 연기대상 일일 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상을 안겨준 〈수지맞은 우리〉까지. 배우 백성현의 필모그래피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화제작이 빼곡하다. 풋풋한 소년에서 안방극장을 이끄는 듬직한 주인공으로, 1994년 데뷔 이래 32년간 드라마와 영화 및 뮤지컬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동해온 그에게 어느 날 아주 특별한 섭외가 들어왔다. 바로 사랑의열매가 만드는 첫 웹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해달라는 것이었다.
“아, 드디어 사랑의열매에서 연락이 왔구나 싶었어요.(웃음) KBS 작품을 하면서 연말에 기부 행사에 참여한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웹 영화를 만든다는 거예요. 시간만 허락하면 무조건 참여하고 싶었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일단 하겠다고 했어요.” 백성현의 흔쾌한 대답은 사랑의열매 웹 영화 시리즈 ‘당신의 이유’의 첫 작품 〈기적소리는 멈추지 않는다〉로 이어졌다. ‘당신의 이유’는 실제 기부자 3명이 역경을 딛고 나눔을 선택하기까지의 여정을 담는 옴니버스 시리즈로, 이름과 기부액 너머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첫 주인공은 철도 부기관사로 일하다 열차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뒤 치과 의사로 새 삶을 살아가는 박윤규 기부자다. 재능 기부로 그의 젊은 날을 연기한 백성현은 이제 11월호 표지 모델로 독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이게 실화라고요?
시나리오를 받아 든 백성현은 처음에 실화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자신의 역경을 딛고 다른 사람을 돕는 삶으로 나아간 박윤규 기부자의 이야기는 자신과 주변에 머물던 시야를 넓혀주었다. 그러나 존경하는 마음과 그를 연기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였다. 실제 인물인 만큼 더욱 조심스러웠고, 삶의 선택들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이 깊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건 알지만, ‘이분 대단해요’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삶의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담담하게 보여드리면 그 의미는 보시는 분이 충분히 느끼실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는 사고 1년 만에 일터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날의 기억에 붙들려 있는 윤규를 따라간다. 동료들의 걱정은 동정처럼 들리고, 가까운 사람의 배려에도 마음이 먼저 날을 세운다. 백성현은 누구도 가해자가 아닌데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자신을 피해자로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을 전하고 싶었다. 대사 및 연기 톤을 감독과 세밀하게 의논하며, 말보다 눈빛과 미묘한 반응으로 인물의 감정을 짚어나갔다.
“주변에서는 나를 도와주려는데, 정작 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그 마음의 벽을 허무는 순간이 진정한 극복이라고 생각했어요. 육체의 고통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나누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 역시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습니다.”
100만의 공감, 또 다른 나눔으로
그가 고심하며 표현한 마음을 관객들도 알아봤다. 〈기적소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공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조회 수 100만 회를 넘어섰다. 댓글에는 “백성현 배우 눈빛 연기가 다 했네요”, “그 복잡한 심정이 너무 잘 느껴져서 몰입해 봤어요” 같은 감상이 이어졌다.
“이렇게 많은 분이 보실 줄은 몰랐어요. 예능 프로도 아니고, 15분이 넘는 작품이잖아요. 공감하고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이 작품 덕분에 뉴스 인터뷰에서 나눔을 이야기하는 특별한 경험까지 했어요.”
100만 회를 넘으면 추가 기부를 하겠다는 박윤규 기부자의 약속을 전하자 “제가 선생님 지갑을 열게 한 건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백성현에게 올해는 나눔으로 각별한 해다. 사랑의열매 웹 영화 출연뿐 아니라, 뮤지컬 공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중증장애인 생산 시설의 세제 광고에 출연하고 출연료까지 전액 기부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많이 느껴요.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도 생각하게 되고요. 요즘은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함께 일하면 즐겁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억을 남기는 사람이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후 이웃과 공동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배우 백성현
기적소리는 계속된다
백성현은 이제 고구려 장군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11월 14일 첫 방송을 앞둔 KBS 대하 사극 〈문무〉에서 고연무 역을 맡아 삼국과 당, 왜국까지 다섯 나라를 무대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장군을 연기한다.
“정말 열심히 찍었어요. KBS 대하 사극은 정통성도 있고, 우리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잖아요. 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온 그는 ‘백성현이 나오면 볼만하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자신이 맡은 인물의 이야기가 보는 이의 삶에 작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 박윤규 기부자를 연기한 이번 작품은 그에게도 이런 질문을 남겼다. “나눔은 무엇일까?” 한동안 생각을 고르던 그가 ‘선한 고리’라는 말을 꺼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도움을 줄 때도 있고, 받을 때도 있잖아요. 내가 나누고, 다시 받고, 또 나누는 거죠. 박윤규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고민하다 보니 나눔은 그런 고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주변의 진심을 받아들인 이가 다시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듯, 박윤규를 연기한 배우도 자신이 건넬 수 있는 것을 돌아보고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한 편의 영화로 탄생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었다. 받은 마음을 다음 사람에게 전하는 동안 기적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