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언제나 행복을 꿈꾸며
붓을 듭니다”

비록 움직임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꿈꾸는 세상만큼은 한없이 넓고 크다.
지나간 순간의 행복했던 추억, 앞으로 다가올 희망찬 미래, 그리고 그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김경아 작가다.

강은진 사진 서범세

왼발로 그려낸 작품 세계

어떤 질문에도 한참을 생각한 후 신중하게 답했다. 움직임이 여의치 않아 어눌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한 단어 한 단어 고르고 고른 차분한 어휘들은 김경아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보다시피 저는 밖에 나가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곤 해요. <사랑의열매> 표지 작품이 특히 그랬어요. 산마을에 봄이 오는 풍경을 떠올려봤는데…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비록 작업실에서만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며 충분히 그 산마을의 봄을 즐겼답니다.”
송파구 구민회관 내 화실에서 작업 중인 김경아 작가는 <사랑의열매> 4월호 표지로 선정된 ‘산마을에는 봄이 오는데’를 설명하며 다시금 그 풍경을 떠올리는 듯했다. 벚꽃 같기도 하고 복사꽃 같기도 한 화사한 꽃분홍색 산마을은 일렁이는 4월의 초봄을 표현하기에 그만이었다. 파스텔 톤의 전체적 색감은 작가의 순수한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이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려낸 마을이기 때문일까? 꽃나무 사이로 김경아 작가가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랑의열매> 표지로 제 작품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최근 작업을 하는 왼발을 다쳐서 한 달 정도 그림을 못 그렸거든요. 답답하고 우울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어요.”

수고했어, 경아야!

김경아 작가는 구족 화가로서 왼발로 그림을 그린다. 한 살 무렵 열병으로 장애가 생겨 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지만, 왼발만큼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왼발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그를 화가의 길로 이끌어 미술대학까지 진학했다. 처음 시작은 동양화였지만, 서양화로 전향하며 작가로서 표현의 폭을 넓혔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에서 입상했을 때였어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는 대회였기 때문에 기분이 남달랐죠.”
김경아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첫 개인전을 손꼽았다. 상을 받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고 했다. 떨리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면서 전시된 작품들이 주는 성취감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저절로 ‘경아야, 수고했다’ 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특별한 감정이었어요.”
평생 전업으로 그림을 그려온 김경아 작가의 꿈은 소박했다. 그저 계속 그림을 그리며 개인전을 이어나가는 것. 지속적으로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행복한 순간을 그려내는 김경아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