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그림은 내 마음의
초대장이에요”

같은 세상을 살아간다고 보고 느끼는 것이 다 같진 않다.
강선아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아보게 되고, 미처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강은진 사진 이승재

현실과 상상 그 경계에서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강선아 작가가 무언가를 손에 꼭 쥐여주었다. 손수 뜬 예쁜 아크릴 수세미와 작은 메모지였다. 종이에는 “ㅇㅇ아파트 2동 105호로 이사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강선아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즐거웠던 기억을 메모지에 써서 주곤 했다고 한다. 메모를 펼치는 순간 강선아 작가와 공통의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강선아 작가의 작품 세계와 꼭 닮아 있었다.
“언뜻 보면 잘 알려진 캐릭터들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선아의 즐거웠던 순간이나 강렬한 기억, 추억하고 싶은 일들이 그려져 있어요. 이번 <사랑의열매> 표지 작품 ‘스키장’도 자세히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을 거예요.”
강선아 작가의 어머니 박정숙 씨는 작품 속에서 딸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순간을 발견할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 소재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강선아 작가, 기존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표정과 상황으로 살짝 비튼 디테일이 뛰어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가로 우뚝

발달장애를 가진 강선아 작가는 두 살 무렵부터 치료 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처음엔 점만 찍는 수준이었지만, 여섯 살 무렵 인기 유아 프로그램 <텔레토비> 캐릭터를 선과 면으로 그려 냈다. 이후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학창 시절 내내 봄가을 사생 대회를 휩쓸었다. 박정숙 씨는 딸이 대회만 나가면 꼭 상을 탔기 때문에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음을 짐작했다고 한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그림 2점이 소장되고, 2018년 JW 아트 어워드(JW ART AWARD)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죠. 하지만 잡지 표지에 실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연락받고 무척 영광스러웠어요.”
강선아 작가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전업 작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상을 타고 있으 며,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는 최고의 명예도 얻었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 달리 강선아 작가는 그저 그릴 뿐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끊임없이 그린다. 잠깐 여기도 한번 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강선아 작가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살짝 고개를 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