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마디

실패 딛고 지역 이끄는 기업가로 우뚝 선 (주)두성기업 윤인기 대표 ‘나눔이 주는 전율만이 제 심장을 뛰게 합니다 ’

한순간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웃음부터 났다. 욕심낸 만큼 잃었기 때문이다. 나누면 커지고, 움켜쥐면 사라지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멀리 터널의 끝이 보였다.

강은진 사진박충렬

사진 속 액자의 ‘신앙, 감사, 도전’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해준 신앙에 감사하는 마음과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를 담아 윤인기 대표가 정한 가훈이다.
강남역을 헤매는 대표님?

지역의 건실한 중견 건설사 2세 경영인을 만나는 자리, 꽃길만 걸어온 금수저이겠거니 선입견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첫인상 역시 맑고 밝고 당당했다. 거기에 아너 소사이어티 고액 기부자라는 명예로운 타이틀까지 더하니 다 가진 사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나눔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선뜻 뼈아픈 실패담부터 꺼내놓는 (주)두성기업 윤인기 대표다.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무차입 경영으로 내실을 다진 회사를 물려받은 지 6년여 지났을 때 큰 위기를 맞은 것. 지역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하고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탓이었다.
“무일푼으로 시작하신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웃음)… 시행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서울에 빌라를 지었는데, 이게 대박이 났지요. 그 후엔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거예요. 결혼도 하고 예쁜 딸도 셋 얻었겠다 무서울 게 없더라고요.”
서울에서 승승장구하던 윤 대표는 한창 개발 붐이 일던 제주로 갔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왕창 번 돈을 가지고” 말이다. 누가 알았을까?
2세 경영인 대표가 강남역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영업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할 줄이야.

나를 일으킨 아버지의 한마디

윤인기 대표는 제주에 땅을 사고, 강남 역삼동에 있는 건물 2·3층을 통째로 빌려 홍보관을 세운 뒤 분양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사드 사태가 터졌다. “분양 사업은 처음이었어요. 분양도 분양인데, 상황이 악화되니 가지고 있던 돈이 막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엄청난 고통이더라고요. 직원도 많았지만 저만큼 절박하진 않잖아요. 제가 길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행인들 붙잡고 홍보관으로 끌고 올라가곤 했죠.”
윤 대표는 당시 사업 실패로 큰 손해를 입었다. 관련 소송만 30건이 넘을 정도였다. 마지막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모든 정산을 끝내니 무일푼이었다.
“아버지께 보고하러 갔는데,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겠더라고요. 한참을 망설이다 들어가서 ‘제가 오늘 합의 다 보고 얼마 벌고 얼마 날렸습니다’ 하니까 ‘야, 원래 우리 집 10원도 없었어. 뭐가 걱정이야.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던 윤인기 대표의 목소리가 떨렸다. 술과 담배에 찌든 채로 극단적인 생각도 했던 그였다. 원래 무일푼이었다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무일푼이 된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윤인기 대표는 신앙을 통해 고마움을, 나눔을 통해 감동을 배운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통해서 주세요

재기의 용기를 얻은 윤인기 대표는 그날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술과 담배를 모두 끊고, 새벽 5시면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잠드는 순간까지 회사 일에 집중했다. 남는 시간은 책을 읽거나 성당을 통해 봉사 활동을 하며 자신을 단련해갔다. 그렇게 그는 다시 자신뿐 아니라 회사도 일으켜 세웠다. 현재는 건설사를 메인으로 설계 사무실과 드론 교육원, 그리고 마스크 제조업체까지 사업을 확장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윤인기 대표가 생산하는 마스크는 <스우파>로 유명한 댄서 아이키가 광고하는 ‘247마스크’라는 제품이다.
“코로나19 초반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어려운 분들에게 마스크를 좀 드려야겠다 싶어서 빈첸시오 무료 급식소에 연락을 했더니, 직접 주지 말고 사랑의열매를 통해서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사랑의열매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마스크 기부를 위해 사랑의열매 사무실을 방문한 윤인기 대표는 뜻밖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과거 아버지가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 근무했던 직원의 가족들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현판이었다. 그 순간 윤인기 대표는 바로 기부를 결심했다. 2020년 12월에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그는 현재 충북 59호 회원이다.

요즘 친구들은 면접 보러 오기 전에 회사나 대표에 대해 다 검색해봅니다.
직원 채용이 더 어렵다는 지방에서, 그래도 저에 대한 기사를 보고 믿고 와주는 직원들을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나눔을 다짐하게 됩니다

나눔으로써 채워지는 풍요

모태 신앙으로 시작한 윤인기 대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당을 통해 크고 작은 기부와 봉사를 해왔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드러내진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나눔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봉사와 기부를 하던 한 복지관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극구 사양했는데, 소장용이라 해 찍었는데… 보도가 된 거지요.(웃음) 그런데 그걸 보고 주변 지인들이 자신들도 기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냐며 연락이 막 오는 거예요.”
윤인기 대표는 자신의 기부 소식이 누군가에게 나눔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된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전() 직원 가족의 기부에 자신도 용기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윤인기 대표는 나눔의 적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한다.
“항상 더 벌면, 좀 더 벌면, 크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사업 실패 후 이전보다 규모가 작아진 지금 저는 비로소 나눔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눌수록 몸과 마음, 그리고 재물까지 더 채워지는 경험을 자꾸 하게 된다는 윤인기 대표는 이 세상에 일확천금은 없다며 청년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투자를 아끼지 말라면서 말이다. 나눔이 가장 큰 자본금이라고 말하는 윤인기 대표의 다음 소식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