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8세 때부터 매년 기부, 15년째 나눔 이어온 김고은·김다은 쌍둥이 자매 “세상이 아직은 아름답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여덟 살 무렵, 아빠 손을 잡고 세뱃돈을 기부하러 사랑의열매 사무실을 찾은 게 시작이었다.
렇게 15년이 지났다. 아름다운 제주만큼이나 아름다운 두 자매의 나눔 이야기.

강은진 사진 제주 사랑의열매

딸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려주고자 한 아버지 김순일 씨와 아홉 살 무렵의 두 자매
아빠 손 잡고 기부하러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 사랑의열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15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스물두 살의 김고은·김다은 쌍둥이 자매다. 조금 특별한 이 나눔 이야기는 자매가 여덟 살이 되던 2008년, 나눔을 통해 돈의 가치를 알려주고자 한 아버지의 권유에서 시작된다.
“세뱃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면 어떠냐는 아빠의 말에 좋다고 답한 것 같아요.(웃음) 아빠 손을 잡고 사랑의열매 사무실에 갔는데… 부끄러웠지만 모두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좋았어요.”
김고은 양은 지난해까지 세뱃돈을 기부해오다 올해부터는 자신들의 생일을 기념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세뱃돈에 용돈과 저금통,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돈을 더해서 말이다.

기부, 액수 아니고 실천!

“처음 기부한 세뱃돈이 둘이 합해 4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하고 있어요. 저희를 보고, 거액만이 기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부란 마음과 실천이라고 김다은 양이 힘주어 말한다. 현재 김고은 양은 제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김다은 양은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모두 이타적 마음 없이는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학문. 어린 자매의 손을 잡고 사랑의열매를 찾은 아버지가 무엇을 가르치고자 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더 좋은 활동 많이 하고파

자매는 2016년 제주 제민일보사가 주최한 ‘WeLove(We♥)’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와 자신들의 기사를 보고 기부를 시작했다는 댓글을 봤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늘 겸손하고, 경청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저희에겐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앞으로도 더 좋은 활동 많이 하고 싶어요.”
제주만큼이나 아름다운 자매의 이야기다. 그나저나 사회복지학을 공부 중인 김고은 양은 언젠가 사랑의열매에서 자신과 같은 기부자를 맞는 건 아닐까? 충분히 떠올려볼 만한 기승전결이다.

올해 2월 진행한 자매의 생일 기념 성금 전달식.
제주 사랑의열매 심정미 사무처장, 김고은·김다은 자매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실천에 옮겨보세요.
세뱃돈, 용돈, 저금통의 돈까지… 작은 정성이 모이니 큰 사랑이 되더라고요. ” - 김고은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