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희망 풍경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올키즈스트라 안양·군포관악단
“아이들이 연주하는 건 바로 자신들의 꿈입니다”

음악이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한 아이의 인생은 충분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지역아동센터에서 오카리나를 불던 아이가 플루트 연주자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올키즈스트라 안양·군포관악단 얘기다.

강은진 사진 김기남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4·16 기억공감 음악여행’ 공연을 마치고 기념 촬영 중인 올키즈스트라 안양·군포관악단 단원들
꿈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난 4월 16일, 안산 4·16민주시민교육원 4·16 광장에서 올키즈스트라 안양·군포관악단(이하 안양·군포관악단)을 만났다. 이날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연이 진행됐는데, 안양·군포관악단은 세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올라 ‘암머랜드(Ammerland)’,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등 감동적인 곡들을 선보였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노란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연주하는 단원들 모습은 더없이 진지하고 경건했다. 무엇보다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단원들의 합주는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꿈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한 성장을 위한 고민

안양·군포관악단은 사랑의열매와 삼성전자가 함께하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 공모 ‘나눔과꿈’에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1980년대부터 안양·군포 공단 지역의 소외 계층과 함께해온 사단법인 한무리사랑나눔회가 한국판 엘시스테마(El Sistema)를 표방하며 2009년에 창단, 올해로 12년 차를 맞는다. 엘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재단으로,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음악을 통해 구한 것으로 유명한데, 안양·군포관악단 역시 열악한 양육 환경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을 위해 만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부모·조손·다문화·저소득 가정 아이들로 다양한 정서적 상처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자존감과 자신감이 결여된 채 불안과 우울, 사회적 일탈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아이들의 자신감 회복과 건강한 성장을 돕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고, 그 답을 음악에서 찾았다.

13명의 선수로 구성한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핸드볼팀 행복모아챌린저스
기본기와 스텝, 슛 자세 등 코치진에게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 선수들
꿈꾸기 시작한 아이들

안양·군포관악단은 안양·군포 지역의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이면 지원 가능하다. 물론 센터에서 배운 오카리나나 리코더 연주 및 악보 보기 등 소정의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 이후 단원으로 선발되면 음악 이론과 악기 교육(클라리넷, 플루트,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호른, 유포니움, 튜바, 타악기)을 받고, 월 2회 합주와 연 1회 정기 연주회 및 다수의 지역사회와 문화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을 한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관악단으로서 자긍심은 물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음악은 분명 아이들을 꿈꾸게 만들었다. 안양·군포관악단에서 음악 전공자가 2명이 나왔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후배들과 초청 공연을 함께 하는 졸업생도 여럿인 걸 보면 말이다. 이들은 후배 단원들의 멘토이자 롤모델이 된다. 그래서 올키즈스트라 안양·군포관악단 연주의 또 다른 이름은 꿈이다. 지금, 그 꿈을 감상하러 가자.

“초등학교 3학년 때 지역아동센터에서 오카리나를 배우다 선생님의 제안으로 관악단에 들어오게 됐어요. 관악단에서 멋진 플루트 악기를 본 순간 정말 잘하고 싶더라고요. 기쁜 순간요? 악기를 배우면서 제게 음악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 오늘처럼 뜻깊은 공연을 할 때요. 되게 뿌듯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겨요.”

- 올키즈스트라 안양·군포관악단 플루트 연주자 이윤서 양(군포중학교 3학년)

MINI INTERVIEW 기쁨지역아동센터 편지영 센터장

“아이들에게 자신감 심어주는 소중한 활동”

안양·군포관악단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역시나 재정적인 면이다. 수익이 창출되는 사업도 아니고, 관악단은 다른 활동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 자립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나눔과꿈’ 지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나눔과 꿈’ 지원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나?
안정적인 레슨을 받을 수 있고 합주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크다. 그리고 관악단 전담인력 지원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단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캠프는 실력과 사회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관악단 활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이다. 이런 친구들에겐 자존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악단 활동은 악기를 배우며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게 해주고, 공연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이 된다.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도 관악단을 지켜가는 이유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을 것 같다.
얼마 전 있었던 비대면 연주회에서, 졸업생들이 자신들이 어릴 적 관악단에서 연주하던 곡을 선보였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관악단 1·2기는 이제 서른 살 성인이다.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건강한 어른으로 잘 자란 모습을 보니 뭉클하더라. 음악이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줬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