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마디

경북 아너 소사이어티 농업인 1호
그린피스버섯농장 박희주 대표
“나눔은 고향 사랑의
또 다른 말입니다”

버섯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박희주 대표의 첫 번째 목표는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었다.
종잣돈 300만 원으로 만든 작은 버섯 농장을 연 매출 450억 원의 농업법인으로 일군 박희주 대표의 다음 목표는 ‘다 같이 잘살아보자’는 것이다.
그의 나눔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강보라 사진 김기남

저는 마음까지 살피는 나눔을 하고 싶습니다.
상대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공감할 때 진정한 나눔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고향 사랑으로 시작한 나눔

그린피스버섯농장은 청도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형 농가로 고용 인원만 500여 명에 연 매출 450억 원의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청도 시내에서 “그린피스버섯농장이 어디예요?”라고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박희주 대표는 젊은 농업인의 롤모델로 ‘농사를 지어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런 박 대표가 요즘은 ‘나눔’이라는 화두에 몰두하고 있다.
“고향이 더 부흥하고 발전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죠. 먹고살 것이 없으니까 젊은 사람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뿐이잖아요. 이러다가 동네가 없어지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이사 비용 지원부터 버섯 재배 기술까지 전수하며 정착을 돕고 있어요.”
1년 365일 중 90여 일을 해외에 머물 정도로 바쁜 박 대표가 나눔에 적극적인 것은 남다른 고향 사랑 때문이다. 지금도 고향인 청도군 이서면 대곡2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박 대표는 아너 소사이어티 기부금이 청도를 위해 사용된다는 말에 흔쾌히 가입을 결정했을 정도다.
그는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를 위하고 베푸는 마음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야 건강한 사회라 생각한다”면서 “내가 사는 지역부터 가꾸며 융성하게 잘살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나눌수록 커지는 나눔의 가치

박희주 대표는 2016년 경북 농업인 1호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경북 63번째, 청도 4번째 회원이었다. 그 다음 해인 2017년에는 박 대표의 부인인 엄순덕 씨와 딸 박지혜 씨가 청도 5·6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동시에 가입하면서 경북 최초로 패밀리 아너 소사이어티가 됐다.
“나 혼자 3억~4억을 기부하는 것보다 세 사람이 1억씩 기부하며 나눔 정신을 늘리는 것이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식들에게 작더라도 베풀며 사는 나눔의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었죠.”
딸인 박지혜 아너 역시 가입식에서 “오랜 시간 꾸준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온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일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비로 나눔을 꼽았다.
“내가 1,000원 주고 사서 먹은 건 금방 잊어버려요. 그런데 배고픈 누군가에게 1,000원을 줘서 음식을 먹게 하면 영원히 기억에 남죠.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평생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눔은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소비라고 할 수 있죠.”

비닐하우스에서 연 매출 450억 원의 농업법인으로

박희주 대표는 2016년 ‘경북농업명장’으로 선정될 정도로 버섯 재배 기술에 탁월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중동 붐이 한창이던 시절 건설 노무자로 중동과 말레이시아에서 모은 종잣돈 300만 원으로 1983년부터 느타리버섯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1993년부터 대량 재배가 가능한 팽이버섯으로 재배 작물을 바꾸면서 급성장했다. 당시 국내 버섯 시장의 호황도 더해져 탄탄대로를 걸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1997년 외환 위기로 국내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 박 대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 현지에 유통 회사를 설립하며 해외시장 진출의 문을 열었다.
“해외 진출은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어요. 내수가 넘치는 상황에서 내가 기른 버섯을 팔아야 하니까 수출이라는 돌파구를 생각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죠.”
지금은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 등지에서 유통 회사와 농장 9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처음 진출한 네덜란드에서는 실패가 이어졌다. “두 번 부도나고 세 번째에 성공했다”는 그의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 보면 현지 공략법 역시 나눔이었다. 버섯의 맛과 품질에 자신이 있던 박 대표는 현지 호텔과 시장을 공략하며 무료 나눔을 했다. 자그마치 40여 톤의 버섯이었다.
“먹어보면 또 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팽이버섯과 새송이버섯을 경험하지 못한 유럽인들이 독특한 맛과 식감에 금방 빠져들 거라고 생각했죠.”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지금은 국내 15개 농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45톤의 버섯 중 절반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눔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다

박희주 대표는 뛰어난 재배 기술로 버섯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버섯을 풍족하고 다양하게 즐기게 된 것이 얼마 안 됐어요. 유럽에서도 맛이 없어서 안 먹은 게 아니라, 공급을 안 하니까 먹을 기회가 없었던 거죠. 처음에는 손해도 많이 봤지만, 그 덕분에 정말 좋은 노다지 시장을 발견했어요.”
농업명장의 뚝심과 사업가의 발 빠른 판단을 겸비한 박 대표는 이제 ‘나눔’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한번 맛보면 또다시 찾는 버섯처럼 나눔에도 그런 매력이 가득합니다. 버섯은 사람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할 정도로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작물이에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도 그런 정성과 애정을 쏟으면 무럭무럭 자라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거든요.”
농업명장으로 버섯의 대중화를 이끌며 세계적 수출품으로 키운 박희주 대표. 그런 그가 나눔의 대중화를 이끌며 청도 지역을 살리고 있다. 훈훈한 나눔의 바람이 청도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바라본다. 박희주 대표는 그때 나눔명장으로 불릴 것이다.